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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 나무 다이어리/자연출산 스토리

둘째 자연주의 출산 기록 #2. 둥지에서 보화를 만나다

by 나무맘에스더 2024. 2. 7.

2월 6일, 보화 예정일 D+2 아침에 첫 이슬이 비추었다. 처음엔 연한 핑크 소량이였고 그다음엔 진한 피색으로 변해가는걸 보며 보화가 신호를 보내주는구나.. 긴장과 설레임이 시작되었다.

주영이에게 미리 한복 입히고 세배를 가르쳐줬다

그날 마침 뒤늦게 주문한 베이비 샤워 세트가 도착해서 우리는 새로 당근해온 소파 앞에 앉아 다같이 풍선을 불며 꾸며놓고 출산 가방도 꾸리며 밤을 맞이했다.

주영이가 좋아하는 커다란 베이비 벌룬

점심 저녁 다 내가 먹고 싶었던 음식을 배불리 먹고 있는데 묵직하게 아랫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리고 밤에도.. 아직은 간격이 불규칙하게 3-40분 정도이지만 조산원장님께 말씀드리니 새벽에 만나자고 하셨는데 ㅎㅎ 결국 아침까지 진진통은 찾아오지 않았고 우리가 함께할 하루 라는 시간이 더 생겼다.

2월 8일 목요일, 예정일 D+4 = 보화를 만난 날

보화는 설날 전날 밤에 우리를 만나고 싶었나보다.

어제 하룻밤 사이 포천에서 서울에 있는 둥지 조산원까지 두번이나 다녀왔지만 도저히 진행이 되지 않아 집으로 돌아와 잠도 설치며 초조한 마음이 되었다.

진통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내진 했을 때 1.5센치 밖에 안 열렸고 아기가 위에 있다는 말씀에.. 애써 괜찮다고 다독여보려 했으나 맘 속에 크게 낙심이 되었다. 조산원 갔을때 짐볼도 타고 운동으로 해보려고 했지만 체력도 없어서 결국은 보화가 내려올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서너시간만에 순산했던 주영이 때랑 너무 다르니 당황이 되고 진통은 있는데 패턴이 불규칙하니 정신적으로도 지쳐갔고 오만가지 잡념에 인간적인 마음이 많이 들었다..
‘우리가 이번에 자연주의를 택한게 무리가 된걸까? 그냥 일반 병원으로 갈까..’ 그러나 가장 힘든 그 하루를 보내며 나는 예수님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고, 수십번의 진통이 지나가는 동안에 안방 거실을 기어다니며 쉬는 시간이 날때마다 힘내어 기도하게 되었다.
‘어느 곳이 되었든 하나님이 정하신 때에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출산 전 진통을 만나게 해준 엄마의 샌드위치

그렇게 하루를 꼬박.. 간격이 애매하지만 아프디 아픈 진통을 맞이하던 오후. 엄마가 싸준 샌드위치를 소파에서 먹다가 갑자기 5분 간격으로 파도가 밀려온다. 진호의 진통 어플에 병원 가라는 신호가 첨으로 떴다.

이번은 정말 마지막 발걸음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우리는 출발하기전 기도를 했고, 조산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나는 땀이 비 오듯 강한 진통을 맞이했다.
진호가 운전하면서 말로 힘 빼는 호흡을 도와줬는데 그러다보니 정말 진행이 잘 되어 아가는 점점 밑으로 내려오고 이제 터질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차 안에서 아기가 나올것 같아 너무 무서워서 옷걸이를 붙잡고 다리를 창문에 붙이면서 숨을 뱉어내며 겨우 참았다. 신호등이 걸릴 때마다 진호랑 둘이서 예수님 제발 도와주세요..기도했다.

“주의 이름 부르리라 기쁠때나 힘들때도..” 씨디에서 찬양이 흘러나오고 있을 무렵.. 진호가 이제 조산원까지 몇 미터 남았어.. 계속 용기를 주며 그렇게 조산원 도착. 신기하게도 원래 1시간 넘는 출퇴근 러시아워였는데 하나님이 도와주셔서 네비 시간이 줄어들며 훨씬 일찍 도착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보화는 차 안에서 나왔을지도 모른다.. 차문이 열리고 조산원장님 부축 받으며 계단을 무사히 올라가 옷을 벗고 출산방에 몸을 던지듯 누웠다.

이제 낳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참기 힘든 진통이 찾아왔고 밑에 힘이 바로 들어가더니 양수가 팡 터지고 말았다. 진호와 나는 놀라면서도 기뻤다. 이제 참지 못할 고통이 밀려오며 원장님은 두세번의 수축 뒤에 아가 만나자고 하셨고 보화 머리가 오센치 보인다고 하셨다. 아이가 나올 수 있도록 있는 힘을 끝까지 빼고 숨을 하하 뱉었더니 뜨겁고 미끈한 아가의 몸이 주영이 때처럼 내 가슴 위로 올라왔다.

열달간 뱃속 여행 끝에 내 품 안에 안긴 보화

24시간 진통 후에 갑자기 만난 강한 파도 2시간 이후
7시 55분에 조산원에 도착한지 10분 만인 저녁 8시 5분에 보화가 나왔으니.. 임신 기간 동안에 얼마나 긴장을 하고 맘을 조려왔는지 기쁨과 안도감에 눈물이 터졌고 하나님께 감사를 외치며 보화에게 뱃속에서 고생 많았다고 사랑한다고 우리 보화는 하나님의 딸이라고.. 조산원장님도 ‘하나님을 아는 지식 안에서 자라가게 해주세요’ 라고 함께 기도로 인사를 건네주셨다.

손가락으로 직접 보화의 태맥 느껴보기

태어난 보화는 엄마와 아빠의 품 속에서 피부를 맞대고 조용하고 평안한 시간을 보냈다.
주영이 때보다 훨씬 움직임도 많고 울음 소리도 컸던 보화.. 금방 나온 아가인데도 얼마나 피부결이 보드랍고 촉촉했는지..

2024년 2월 8일 저녁 8시 5분 보화랑 만나다
갓 태어난 보화, 아빠와의 캥거루 케어

혈색이 핑크색이며 건강하고 이쁜 아이라고 아가를 받자마자 조산원장님이 말씀해주셨다. 마지막 이완이 잘 되어서 회음부 열상도 적고 출혈도 많지 않았다고 하셨다. 출산이 끝나고 차려주신 미역국을 먹으며 그동안 받은 몇번째 베이비 인지 여쭤보자 보화가 400~500번째 정도 된다 하신다. 우리 보화가 나올 수 있도록 계속 기다려주시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받아주신 원장님께 넘 감사했다.

보화의 첫 모유 수유

키랑 몸무게가 2.83kg, 48cm로 주영이보다 살짝 작은 보화. 그래도 오빠보다 일주일 일찍 나왔느니! 역시나 동생 답다. 자연주의 출산의 장점! 엄마 아빠 품에 안겼다가 바로 모유 수유를 시작했는데 젖 빠는 힘이 오빠보다 힘차고 강했다.

아빠 쭈쭈 찾는 보화 ^^

조산원에서 보화를 낳고 하룻밤 자고 새벽에 일어나 다시 한번 더 미역국을 먹고 아침에 바로 집에 오니 친정 부모님과 첫째 주영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부시시한 채로 갓난 아가 보화를 처음 만난 주영이는 놀라하며 얼마나 기뻐했는지..!
소파에 놓인 겉싸개 속의 보화를 한참 신기해하며 설레는 표정으로 들여다보았다.

보화랑 주영의 첫 만남
오빠가 된 주영이
울 부모님과, 주영 보화 만나다


우리가 풍선만 불어놓고 진통을 맞이하느라 바닥에 늘어만 놓았던 베이비 샤워 세트를 소파에 모두 장식하고  보화와 우리를 위한 서프라이즈 환영 파티를 준비해준 울 가족 사랑에 큰 감동과 기쁨의 아침을 맞이했다.. ^^♥️

보화와 함께하는 베이비 파티

이것이 진정한 헬로우 베이비! 하나님은 우리에게 가장 선한 것을 좋은 때에 주심을 경험하며 출산 직후에 가족들과 만나서 기쁘고 감동이 되었다. 곧 시부모님도 바로 보화 보러 오셔서 설날 연휴 아침 양가족이 모여 출산방에서 미처 커팅하지 못한 보화 생일 쌀케잌도 함께 초를 불고 축하해주었다. 🎂🎂🥳

보화 생일 축하 쌀케이크

주영이는 엄마 아빠가 약속한대로 태어난 보화에게 받고싶었던 🌈무지개와 카메라 📸선물을 풀어보며 행복해했다. 보화의 사진을 열심히 촬영중 ㅎㅎ^^

보화에게 받은 카메라
사진사가 된 주영이 ^^

열달간 입덧에 메니에르까지 겪으며 정말 힘겹게 품었고 마지막 긴급했던 출산의 과정까지.. 하나님은 우리에게 인내와 고생 끝에 그렇기에 더욱 귀하고 소중한 하늘의 보화를 허락해주셨다. 앞으로 지금처럼 주님 손 의지하며 겸손하게 사랑으로 하나님의 딸로 보화를 키우고싶다.

보화와 첫 가족 사진
보화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