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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 나무 다이어리/자연출산 스토리

나무를 만나다 자연 출산 스토리 #3. “하나님 감사합니다, 주영아 사랑해!”

by 나무맘에스더 2022. 9. 12.

- 나무를 만나기까지, 출산 과정 기록 -

12월 9일 6:16 pm 쌍문집 골목길에서 캐롤송을 들으며 첫 가진통을 느낌
12월 11일 5:30 pm 천연 오일 복용 - 7:00 pm 구토와 설사 반복
11:40 pm 첫 이슬 비침 - 1:30 am 진통 시작
12월 12일 2:30 am 진통 간격 5분 - 4:30 am 조산원으로 출발
5:30 am 조산원 도착 (7cm 열림)
6:30 과일 먹으며 진통
7:00 am 수중 감통 (양수 터짐)
7:15 am 진통 의자에 앉아 힘주기 (아기 머리 보임)
7:25 am 주영이 만나다

조산원에 도착해서 내진, 자궁문 7cm 열림

새벽부터 계속 진통으로 아픔을 호소하는 나, 뱃속의 주영이, 곧 아빠가 될 진호, 그리고 엄마와 함께 우리는 조산원으로 향했다. 5분간의 진통이니, 구리까지 도착하는 30분간 차 안에서 약 6번의 파도가 오고 갔을까..
깜깜한 새벽인데도 조산원 불이 환하게 켜져있는게 보였고, 아픈데도 안심이 놓이며 기뻤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나무네를 기다리신 원장님이 미리 나와계셨다.

도착하자마자 분만방 안에서 주영이 상태를 확인하고, 두려웠던 내진을 하였는데 막상 아래는 아무 느낌이 없고 진통은 더욱 심해졌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놀랍게도 이때 이미 자궁문이 7cm 열려있었다는 사실..
배려심 많으신 원장님께서는 우리 부부가 긴장할까봐 말씀을 아끼셨다.

진통을 맞이하며 먹었던 과일, 체리 🍒


거실에서 진통을 맞이하고 보내며 진호가 가져온 간식 중에 유일하게 체리를 먹었다.
입에 쏙 넣고 진통을 견딜 수 있기에 그날 밤 나에게는 가장 도움이 되었고 출산의 기억에 남는 과일이 되었다.

남편과 산모가 함께할 수 있는 자연출산

내 옆에서 계속 손을 잡아주며 힘을 주는 남편..
그리고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원장님께서는 뒤에서 골반 마사지를 해주셨는데 신기하게도 그 고통을 멀리 떠나보내는데 큰 효과가 있었다. 진통의 정도를 떠올리면, 파도가 밀려올 때 자세가 불안하거나 의지할 것이 없으면 낭떠러지로 갈 것 같은 심정으로 배와 허리가 너무나 아파왔다.

수중 감통 중에.. 양수가 터짐

수중 감통을 하러 욕조로 이동하는데 진통이 심해져서 옆에 있는 전기밥솥을 쾅 내리치는 바람에 뚜껑이 열렸던 건 글을 쓰는 지금에서야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이야기..

물에 들어갔는데 그때부터 아래에 힘이 들어가며 양수가 터지고 온몸이 흔들리는 최고조의 참기 힘든 진통이 와서 물결에 내 몸을 싣고 마구 진통과 싸워냈다.

원장님은 거의 다 왔다고 말씀하시며 내가 숨을 쉬기 힘들 때, 열심히 나오고 있는 아가를 위해 호흡하라고 용기와 격려를 끊임없이 주셨다. 가장 힘든 그때에 진호에게 내가 요청하고 싶었던 도움은 성경 말씀 이였다.

'두려워 말라 놀라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나보다도 더 두렵고 떨리는 목소리로 남편은 그 한 구절만 몇 번이고 반복해 들려주었다.
원장님이 다 왔다고 하신 말씀이 우리는 도무지 믿기지 않았었는데 그건 참말 이였다.
주영이는 우리와 만날 준비를 거의 끝내고 있던 것.

분만 의자에 앉아서 힘주기

힘겹게 겨우 욕조에서 나오고 출산방으로 이동해 리허설 때 연습 해보았던 분만의자에 실제로 앉아 힘을 주게 되었다. 나의 남편에게는 아직도 가장 잊지 못할 장면이라고 한다. 의자 밑으로 주영이의 머리가 나오기 시작해 보였던 그 생생하고 감동적인 모습을 말이다. 원장님이 머리를 만져보며 '안녕'이라고 인사를 해도 좋다고 하셨다.

온몸이 부들 부들 떨리고 아래는 터질것 같아서 힘이 들어가는 것도 무서웠지만, 이 모든 몸의 움직임과 변화, 진통은 생명이 세상에 나오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였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분만과 확연히 다른 점이 있었다면, 엄마가 일부러 엄청난 힘을 주는게 아니라, 힘은 자연스럽게 들어가고, 온몸을 릴렉스(이완) 해서 아기가 나올 수 있도록 힘을 빼주는게 포인트였다.

의자에서 내려와 분만 직전에 누웠을 때에는 회음부가 뜨겁게 타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정말 힘을 쭉 빼야 아기가 나올 수 있다고 해서, 엄청난 고통이 느껴짐을 뒤로 하고 호흡을 하하 뱉어내는 것에 모든 신경을 기울였다.
주영이의 머리가 먼저 나오며 '앵' 하고 톡 터지는 듯한 작은 울음 소리가 들려서 원장님이 주영이와 인사를 나누셨다.

나의 가슴 위에 올려진 작은 생명체!

그리고 주영이를 만나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원장님이 주영이를 꺼내시고, 곧 말랑말랑한 생명체가 쑥 올라와 내 가슴 위에 올려졌다.
10개월동안의 엄마 뱃속 여정을 무사히 마친 나무가 주영이가 되어 내 품에 안긴 것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과 행복이 내 온 몸과 마음을 감싸주어 나도 모르게 함박 미소가 지어졌다.
회음부 열상이 보통 정도로 나서 마취도 정말 아프고 꼬매는 것도 꽤 오래걸렸는데 주영이가 내 품에 있었고..
아빠가 된 진호도 너무 행복해하는 그 모습에 나는 집중하며 아픔을 잊게 되었다.

2020년 12월 12일 오전 7시 25분, 주영이랑 만났다.


주영이가 처음으로 살짝 뜬 눈이 마주치며 별처럼 반짝거렸다. 살결은 너무나도 보드라웠다.
아가 만날 때 해줄 첫마디를 열달 내내 정해두지 못했는데,
주영이가 나온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오직 사랑과 감사였다.
감격 속에서 울먹이며 외친 첫 마디..

"하나님 감사합니다.. 주영아 사랑해!"


https://youtu.be/r-I3iAEuYHg

주영이를 뱃속에 품고.. 낳기 까지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아 보았다. 아직까지도 그 때의 생생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우리 가족에게 정말 소중한 자연 출산 영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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