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몰랐지만, 주영이는 엄마 뱃속에서 우리를 만날 준비를 차분히 그리고 열심히 하는 중이였다. 하나님이 정하신 새 생명의 탄생을 가리키는 시계가 째깍째깍 흘러가고 그 때가 거의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천연 오일을 마시고 첫 가진통을 맞이한 날 밤, 남편은 잠이 들고 자정이 지나며 12월 12일이 되었다. 예정일이 지나도 소식이 없자 남편이 다시 새롭게 디데이로 정해 놓은 12일 안식일. 이 날을 기준으로 달력도 설정해놓고, 날짜가 다가오길 기도를 하고 있었던 우리. 주변에서는 예정일이 지나자 한두명씩 출산 소식을 묻는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직이라고 하니, 하나같이 걱정하며 아기가 커지고 산모도 힘들다며 유도 분만 안 하냐고 물어본다. 우리는 아직 괜찮다고 자연진통이 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대답을 하고 기도를 하면서도 우리 역시 나무가 신호를 보내주길 무척 기다려졌다. 하지만 예정일은 말 그대로 예정이니, 하나님이 우리 나무를 위해 특별히 예정하신 출생의 때가 반드시 있다는 약속을 믿었기에 우리의 마음은 잔잔한 바다 물결 처럼 편안했다.
그래서 예정일이 지난 일주일 동안 우리 부부는 북한산 둘레길 등산도 하고, 아쿠아리움에 가서 태몽에 나온 아가 수달도 보고, 내가 먹고 싶던 길거리 붕어빵 부터 멕시코 음식까지 맛보러 이곳 저곳을 누비느라 저절로 운동이 되었다. 진통이 찾아오기 전 11일엔 출산 전 마지막 나들이가 될거란걸 모른채, 아가의 존재를 확인한 날 벚꽃 구경을 갔었던 꿈의 숲을 찾았다. 분홍빛 노을이 지는 하늘 아래 엄마와 새끼 사슴의 사랑스런 모습까지 감상할 수 있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둘만의 소중한 데이트 시간을 주셨다.
남편이 잠 든 뒤에 나도 자려고 누웠는데 새벽 1시부터 배가 조금 더 아파오기 시작했다. 진호를 깨울 수가 없어서 나는 민정이 방으로 들어가 점점 규칙적으로 변해가는 심상치 않은 진통을 맞이하게 되었다. 한시간 정도를 그렇게 20분- 10분- 어느새 5분으로 간격이 줄어드는 진통을 민정이와 함께 했고, 말로만 듣던 파도처럼 밀려오고 가는 그 진통에 몸을 싣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도록 주님은 나에게 그 시간을 주신것 같다.
민정이가 마사지도 해주고 지지해준 덕에 한시간 넘게 견디다 간격이 짧아져서 2시가 넘어 진호를 깨웠다. 눈을 비비며 잠이 덜 깬 진호는 아직 아니지 않냐고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하다가 고통이 심해지는 나의 상태를 깨닫고는 원장님께 3시쯤 전화를 드렸고, 우리는 급한 나머지 조리원 캐리어 가방과 진통하며 먹을 간식까지 한보따리를 싸들고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집에서 출발하여 조산원에 5시쯤 도착하게 되었다.
드디어 우리가 그리던 그 날의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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