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8월부터 양주에 있는 '언약국제기독학교'와 인연을 시작해 매주 금요일마다 스페인어를 가르치게 되었다.
학교는 내가 살고있는 포천 송우리에서 약 20분 정도 운전하면 갈 수 있는 양주의 공기 맑고 한적한 동네에 위치해있다.
그래서인지 도심에 있는 학교보다 더 하늘은 푸르고, 학생들이 액티비티를 맘껏 즐길 수 있는 넓은 잔디밭과 벤치..
벽돌로 아담하게 지어진 학교의 외관은 마치 외국의 작은 시골학교를 떠올리게 만든다.
교장선생님이 학교 안에 '행복교회'를 설립하신 기독학교 이면서도,
초~중~고등 과정의 국제 커리큘럼을 갖춘 대안학교 이기도 해서 더욱 특별하다.
대안학교 이기 때문에 미국으로 진학 목적이 있거나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이 특별하게 진학하는 학교이지만,
나도 어렸을 때 이런 학교를 다녀봤다면 어땠을지~ 공부를 하기에도 수업을 가르치기에도 참 좋은 곳이다.
들어오는 입구에 오래된 나무로 지어진 학교 간판이 있는데,
나는 이 엔틱한 간판을 처음 보았던 감동이 여전히 마음 속에 있다.
내가 이렇게 좋은 학교에서 스페인어를 가르치게 되고 소중한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니..
하나님께서 다양한 기회로 우리를 부르시고 사용하심에 감사했다.
그 뒤로 보이는 소들.. 을 보고 또 다른 감명을 받았다 ㅎㅎ 지날 때마다 약간의 정겨운 스멜이 나지만 ^^ 자연과 어우러진 이 풍경이 요즘 학교에서는 찾기 힘든 진 풍경이 아닐까..
스페인어 수업이 진행되는 학년은 G6~G11. 우리나라로 중학교 1학년 부터 고3까지 해당되는 클래스로,
고등학교는 이미 기본 스페인어를 1년 정도 배운 상태이고, 중학생들은 완전 생 기초 부터 시작이다.
알파벳부터 시작해서 이제 자기소개와 기본 회화 패턴을 익혀가고 있다.
사용하고 있는 교재는 영국 출판사에서 나와 원어로 되어있고 오리지널한 교과서 느낌의 Mira! 를 중학생 수업에.
현대판 회화와 문화를 접목한 교재인 Nuevo Español. 을 고등학생 수업으로. 고심 끝에 선택했다.
요즘은 시중에 나온 좋은 스페인어 교재가 많지만 국제 학교이다 보니 좀 더 문화랑 언어를 함께 배울 수 있는 현지 느낌으로 특화된걸로 찾고 싶은 마음에.. 선택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그동안 교재와 영상으로 수업을 이어나갔고 학기말에 진로 특강을 한번 진행했다면, 이번에는 학생들이 조금 더 스페인어와 가까워지고 즐길 수 있는 특별활동을 계획해 보았다.
마침 다음주가 중간고사 기간이여서 학생들이 새로운 진도에 집중을 안 할것이 뻔했기 때문에 시기가 적절했던것 같다.
고등학생들이 이번 단원에서 배웠던 내용은 스페인어권의 음식과 레시피.
이번 시험에 과카몰리 레시피가 나오는데 학생들이 명령법이 어렵다고 해서,
직접 실습으로 재료를 가지고 만들어보면 저절로 익혀지고 쉽게 학습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주 부터 계획이 떠올라 학교에 허락을 받고 실습 장소를 카페테리아로 정한뒤 틈나는 대로 필요한 재료를 장보기로 했다.
집에 어느정도 재료가 있어서 추가로 구입한건 아보카도와 토마토. 그리고 포장할 다이소 도시락 세트. 3일 전에 구입한 아보카도를 쌀통에 넣어두었더니 당일날 알맞게 익어있었다.
소스랑 함께 곁들일 나쵸칩과 통밀빵은 수업 가는 길에 구했다.
고소하고 담백한 곰표 나쵸칩이 다행이도 집에 있었고,
학교 가는 길목에 있는 정직한 제빵소에서 갓 구운 통밀빵도 종이 봉지에 담아왔다.
카페테리아에서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은 쿠킹 클래스 소식에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
에어프런을 두르고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주방에서 재료를 깨끗이 씻으며 실습 시작.
각자 역할을 분담해 도마 위에서 과카몰리 재료를 다듬기를 시작했다.
예상 의외로 다듬는 손길이 수준급! 남학생 Joshua의 파프리카 다지기 실력에 모두가 놀랐다 ㅎㅎ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학생들은 이 수업을 열정적으로 임하고 즐거워했다.
마치 스페인이나 멕시코에 온것 같다며 재료 넣는거나 소금으로 간 하는것도
서로 원하는 맛대로 요청하느라 장난도 쳐가며 요리 하는 내내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교실 안에서 하는 수업도 좋았지만, 서로 친해질 기회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 요리를 하면서 학생들과 한층 가까워졌다. 가끔은 이런 수업도 학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는걸 깨달았다.
코로나로 인해 시식은 하지 않기로 했지만,
완성된 먹음직스러운 과카몰리 소스를 보고는 학생들이 나쵸에 찍어 마스크 속 입으로 가져갔다.
"Muy bien~~(정말 좋다)"을 외쳐가며 엄청 맛있다고 선생님도 얼른 드셔보라고 해서..
나도 어쩔 수 없이 한 입 먹어보았는데 내가 혼자 했을 때보다 훨씬 맛이 좋았다!
아마도 그동안 오늘을 위해 기획하고 열심히 준비하느라 뿌듯한 맛이 더해졌을지도~~
각자 집으로 가져갈 분량을 나눠서 다이소에서 구입한 도시락 용기에 이쁘게 담고,
트레이에 담은건 교장샘과 여러 티쳐들과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함께 맛을 보았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이런 활동이 끊겨서 인지 학교 전체가 요리 수업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었다.
너무 좋은 경험을 하게 해줘서 Gracias(고맙다)라고 표현하는 학생들을 보니 과카몰리 맛 그 이상으로 흐뭇하고 행복해지는 선생님 으로써의 멋진 하루를 선물 받았다 :)
몇일 동안 오늘의 첫 요리 수업을 위해 기도드렸다. 주님께서 나에게 이런 경험을 계속 이어나가도록 지혜와 능력을 주시니 너무나 감사하다!
한편, 중학생들은 같은 날 교과서에서 배웠던 집 구조와 가구 관련된 특별 활동을 하였는데..
각자 집의 구조를 스페인어를 소개하고 방과 가구를 직접 그려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형 누나들이 요리 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조금 서운해하는 모습이 보였다.. 😥
요리 하기에는 아직 단계가 초급이라고 생각했지만 다음 학기에는 동일하게 기회를 만들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다음 주.. 중간고사 시험장에 도착하니
다들 직전에 단어 외우느라 난리..
벼락치기라도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 보기 좋다~~ 모두 좋은 열매 있기를!
++ 시험 다음 주, 요리 실습 했던 과카몰리의 레시피를 포스터로 만드는 특별 활동이 이어졌다. ^^
실습 시간에 촬영했던 사진을 인화 해올까 하다가 시간도 비용도 줄일겸 프린터기로 인쇄 해봤는데 이게 더 포스터와 어울리고 꽤 깔끔하니 괜찮았다.
이렇게 Art에 큰 열정을 보일 줄 몰랐는데, 모두가 감독관이 되어서 서로에게 원하는 드로잉 스타일을 요청해가며 열심히 그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건 GACAMOLE 레터를 크고 눈에 띄게 디자인 하는것~~!
재료 들은 따로 이쁘게 그려서 오려 붙이고,
사진 아래 레시피의 순서를 정성스레 매직펜으로 적어보았다.
열심을 다해 그리고 오리고 붙이느라 2주에 걸쳐 진행된 포스터 만들기~~
오늘에서야 알록달록 멕시코 냄새 나는 멋진 과카몰리 포스터가 완성 되었다♡
학생들의 협동과 열정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결실!
포스터를 만들며 .. 요리 수업을 선생님이 촬영해서 꼬박 이틀 동안 열심히 만든 영상도 함께 보았다.
어느새 중간고사도 기말고사도 지나가고 한 학기가 끝나서 졸업하는 여학생 두명,
에스더와 로이스가 미국 대학으로 진학해서 작별하게 되어 아쉬웠지만,
우리에게는 이 작은 학교에서 함께한 행복한 추억이 마음 속에 남아있다.
방학 잘 보내고 또 만나요~~ 🖐 Hasta pronto mis querido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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